“지역사회의 발전을 국회의원이 ‘사돈 논 사기’로 여기며 배 아파하는 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전남 순천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소속 정당이 서로 다르다. 김문수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고, 노관규 순천시장은 무소속이다. 정치 셈법으로 계산했을 때 노 시장의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이 굳이 자신과 같은 무소속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지역발전을 위한 국가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 오려면 오히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나, 또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더 유리하다.

반면 김 의원의 입장에서는 순천시장은 같은 당이어야 한다. ‘조자룡의 헌 칼’과도 같은 공천권을 갖고 있는 만큼 같은 당이라면 순천시장이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할 수 있고, 자신의 선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입장에서는 자나깨나 자기와 같은 민주당 소속의 순천시장을 꿈꿀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가. 최근 들어 김문수 의원의 순천 시정에 대한 견제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선동성 트집 잡기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거친 언어들이 정제되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전남의대 설립문제에 따른 김 의원의 엇갈린 갈지자 행보는 순천대와 목포대의 합의로 일단락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치자.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 북에 ‘시장님, 경전선 우회방안 어찌된 겁니까’라는 글을 올리고 노 시장에 대해 ‘무책임한 선동정치 중단’과 ‘시민 사과’를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순천시가 주장한 성산역 우회방안이 사실상 어렵고 대신 순천 도심 구간의 지하화가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되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순천시는 기존 도심 통과 정부 방침을 철회하고 순천시와 전남도 제시안 중 가장 합리적인 안을 검토하여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무책임한 선동정치 중단’과 ‘시민 사과’는 자신의 몫이 됐다. 흠집내기이자 발목잡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김 의원은 자신이 국토부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면 순천시를 질타하기 전에 국회의원으로서 국토부에 먼저 항의했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게 지역을 위한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김 의원은 또 순천시의회의 연향들 공공자원화시설 행정사무 조사와 관련 “시장과 공무원들은 행정사무감사 조사를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온갖 어려운 법령과 이유를 들어 의원들을 방해한다” 또 "지역 예산을 따내려면 일부 시장이나 공무원들과 음흉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라는 글을 개시, 공무원노조로부터 공개사과 요구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 악마와 손을 잡을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노 시장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엮어 비난했다. 그는 “노관규 시장은 윤석열, 김건희, 한경아 등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건희와 가깝다는 한경아 씨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총연출을 했고, 윤석열 김건희 대통령 부부 박람회 행사에 참석한 것이며, 김건희 여사의 아랫장 방문 등이 모두 노 시장이 비선 권력 힘을 이용한 의혹’이라는 것이다.

작금 윤석열 정권과 정치적으로, 정서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특징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노 시장의 입장에서야 대꾸할 가치도 없는 황당한 일이지만 김 의원의 입장에서는 ‘아니면 말고’이다.

나아가 김 의원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게 되면 ‘기레기’운운하며 발끈하는 등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도 마다 않는다. 그런가 하면 “국회 재산신고가 뒤에서 7번째 최하위권으로 나름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자화자찬이다. ‘가난하니까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한 증거’라는 말이 김문수 국회의원의 경제 관념이고 청렴 논리인 셈이다.

알다시피 순천은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 밑거름이 되고, 오천그린광장 개설 등 미래 형 중소 도시의 표준 모델로 급부상, 전국 자치단체장들의 벤치마킹 도시로 거듭날 만큼 발전하고 있다. 지방 소멸의 시대에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 호남 3대 도시(광주·전주·순천) 로 부상하고 있다. 경전선 선로 변경, 순천 동천 국가하천 승격, 애니매이션 사업비 국비 지원 등 숙원사업이 해결, 또 지역발전을 위한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김 의원의 입장에서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 속담처럼 자치단체장의 경사가 자신에게는 애사가 되더라도 지역사회와 관련된 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국회의원이 ‘사돈 논 사기’로 여기며 배 아파하는 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지역발전을 위한 견제와 단체장의 잘못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지만 개인적 감정의 흠짓내기는 지역사회의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유권자인 지역민들이 그걸 잘 안다. 심판은 지역민이 한다.